겨울방학에 아이와 함께 볼 공연을 찾을 때 마음이 살짝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어른은 종종 "아이만 즐거우면 되었지"라는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댄싱뮤지엄>은 그런 예상이 기분좋게 빗나가는 공연입니다.
아이와 함께 보러 갔다가, 오히려 어른의 기억에도 오래 남으니까요.

밤이 되면, 그림들이 무대 위로 나온다
이 공연의 설정은 단순합니다.
기억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명화를 불러올 수 있는 마법의 미술관에 마스터와 살고 있는 그의 조수 '토토'는
미술관의 모든 그림을 외워야 하는 시험 앞에 놓여 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제를 두고 마스터와의 갈등 속에서 그림 속 인물들이 토토 앞에서만 살아나 움직입니다.
아이들은 “그림이 움직여!” 하고 반응하고, 어른들은 “이 그림, 어디서 봤더라?” 하며 기억을 더듬게 되죠.

실제로 만나는 명화 속 주인공들
〈댄싱뮤지엄〉의 재미는 ‘그림이 나온다’는 사실보다, 그 그림이 어떤 움직임으로 살아나는지에 있어요.
우리가 알던 조용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모나리자는 장난스러운 움직임과 표정으로 유쾌하게 분위기를 흔들고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은 무대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며 고난이도 점프를 선보이는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발레하면 빼놓을 수 없는 드가의 작품 속 발레리나들이 그림 속에서 무대 위로 튀어나오는 듯한 연출은 관객의 시선을 붙잡기도 하고요.
아이들은 무대 자체를 즐기고, 어른들은 그림과 발레가 겹쳐지는 느낌을 조용히 음미할 수 있게 됩니다.

무대를 완성하는 미디어아트
공연을 보다 보면 무대가 단순히 ‘배경’으로 머무르지 않는다는 걸 금세 느낄 수 있습니다.
〈댄싱뮤지엄〉은 미디어아트와 기술 요소를 과하게 드러내기보다, 그림이 살아나는 순간을 돕는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벽면처럼 보이던 공간에 이미지가 더해지며 실제 미술관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만들고,
장면이 바뀔 때마다 빛과 영상이 자연스럽게 흐름을 이어주면
관객은 무대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거죠.

흔들리지 않는 무대의 진정성
대중적으로 친숙한 명화와 연극적 요소,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진 무대이지만,
공연을 끝까지 이끌고 가는 힘은 무용수들의 춤 그 자체입니다.
낭만발레의 대표작 '파 드 캬트르'부터 리듬감이 살아있는 모던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춤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무용수들의 탄탄한 기량을 엿볼 수 있는 무대입니다.
그동안 서울발레시어터가 만들어온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무대를 만들면서도,
춤의 수준은 절대 가볍게 만들지 않는 것.
〈댄싱뮤지엄〉은 바로 그 태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공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공연 정보
- 일시: 2026년 1월 7일~1월 21일
- 장소: CKL스테이지
- 소요시간: 50
- 관람연령: 24개월 이상










.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