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는 본능이 깨어나는 진짜 ‘호수’
클래식 발레의 가장 높은 성벽이라 불리는 <백조의 호수>를 과감히 허물고, 그 밑바닥에 도사린 인간의 본능을 길러 올린 거장, 장-크리스토프 마이요.
그가 설계한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LAC(호수)'는 우리가 알던 우아한 동화가 아닙니다.

왜 ‘백조’를 빼고 ‘호수(LAC)’라고만 부를까?
프랑스어로 '호수'를 뜻하는 <LAC>라는 제목에는 안무가 장-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무대 위에서 예쁘게 춤추는 백조보다, 그 백조가 살고 있는 '호수의 밑바닥'에 주목했습니다. 호수는 맑아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진흙과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 곳으로, 작품 속 인물들의 복잡하고 어두운 심리를 투영하는 장치가 됩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파격적인 서사
작가 장 루오(Jean Rouaud)가 대본에 참여해 서사의 파격성을 더합니다. 왕자와 공주의 슬픈 사랑에 집중했다면, <LAC>는 인간 내면의 어두운 욕망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악마 로트바르트가 아닌 ‘밤의 여왕’이 전막을 이끌어가며 치열한 심리전을 통한 인간의 멈추지 않는 탐욕을 그려냅니다.
또한 클래식 발레의 상징과 같은 ‘우아한 날개짓' 대신, 무용수들은 거친 깃털을 형상화한 의상을 입고 누군가를 할퀴거나 파고드는 거친 동작을 선보입니다. 마치 짐승의 발톱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이 장치는 캐릭터들의 야성성을 극대화합니다.

경계를 허무는 예술가, 장-크리스토프 마이요(Jean-Christophe Maillot)
무용과 피아노를 전공했던 마이요는 1977년 로잔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전설적인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함부르크 발레단에서 수석 무용수로 활약했습니다. 부상으로 무용수 커리어를 접어야 했던 그는 1993년 모나코 공주에 의해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후 안무가로서 화려한 커리어를 시작합니다.
마이요는 무용을 연극, 서커스, 시각 예술, 문학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며 고전 발레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데 <로미오와 줄리엣>, <신데렐라>, <라 벨(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이 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를 차지하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마이요가 보여주는 이 잔혹한 호수는 우리 내면의 거울이기도 합니다. 음모가 판치는 왕실을 배경으로, 흑과 백, 선과 악, 순수와 에로티시즘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왕자의 모습은 마치 길을 잃은 현대인의 초상과도 같습니다. 결국 이 무대는 우리가 지키려 했던 우아함 너머, 인간의 숨겨진 본능을 목격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공연 정보
- 일시: 2026년 5월 16일(토) ~ 17일(일)
- 장소: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 소요시간: 12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 관람연령: 초등학생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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